경제상식

원유를 끓이지 않는 분자 정유, KAIST 기술이 정유산업의 에너지 비용을 바꿀까?

DJ2HRnF 2026. 6. 27. 16:50

에너지 31.6%·탄소 37.6% 절감, KAIST 분리막 기술과 차세대 정유산업의 기회

원유를 휘발유, 등유, 경유 같은 제품으로 나누려면 거대한 증류탑에서 수백 도의 열을 가해야 합니다.

이 방식은 약 100년 동안 정유산업의 표준으로 사용됐습니다. 안정적이고 대량생산에 적합하지만, 원유를 가열하고 다시 냉각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6년 KAIST 고동연 교수 연구팀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원유를 끓이지 않고 분자 크기와 성질에 따라 걸러낼 수 있는 차세대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공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분리막을 기존 정유공정의 전처리 단계에 적용할 경우 에너지 사용량을 31.6%, 냉각수 사용량을 20.7%,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6% 줄일 수 있습니다. 운영비 절감 가능성도 약 36%로 분석됐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필터 하나가 개발된 것이 아닙니다.

정유산업의 경쟁력이 원유 구매가격과 정제설비 규모에서, 분자 단위의 분리기술과 에너지 효율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입니다.

다만 실험실에서 원유를 분리하는 것과 하루 수십만 배럴을 처리하는 정유공장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유공장은 왜 원유를 끓여야 하는가

원유는 한 종류의 물질이 아닙니다.

가벼운 가스 성분부터 휘발유 원료, 등유, 경유, 윤활유, 아스팔트 원료까지 수많은 탄화수소가 섞여 있는 복잡한 혼합물입니다.

탄화수소는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입니다. 분자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끓는점, 점도, 밀도와 같은 물리적 성질이 달라집니다.

정유공장은 이러한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원유를 여러 부분으로 나눕니다. 이를 분별증류라고 합니다.

기존 원유 정제의 기본 과정

원유 저장
→ 불순물과 염분 제거
→ 가열로에서 고온 가열
→ 상압증류탑 투입
→ 끓는점별 성분 분리
→ 탈황·분해·개질
→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생산

원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가벼운 성분이 먼저 증발합니다. 증류탑 위쪽에서는 가벼운 성분이 모이고, 아래쪽에는 무거운 성분이 남습니다.

원유 성분 일반적인 활용
가스 성분 LPG·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휘발유·플라스틱 원료
등유 성분 항공유·난방유
경유 성분 디젤·선박 연료
중질유 발전·선박 연료·고도화 설비 원료
잔사유 아스팔트·코크스 원료

문제는 원유 전체를 높은 온도까지 가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필요한 성분만 골라내기 위해서도 혼합물 전체에 열을 공급해야 하므로 에너지 손실이 큽니다. 증발한 물질을 다시 액체로 만들기 위해 냉각수와 추가 설비도 필요합니다.

증류공정은 처리량과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방식입니다.


분자 정유는 어떻게 원유를 상온에서 나누는가

분자 정유는 원유를 끓는점으로 나누는 대신, 분자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속도와 선택성의 차이를 이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매우 작은 구멍을 가진 막을 통해 원유를 통과시키고, 특정 크기와 구조의 분자만 빠르게 지나가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분리막은 일반적인 체와 다릅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체는 입자 크기만 구분하지만, 분자 분리막은 다음 요소를 함께 이용합니다.

  • 분자의 크기
  • 분자의 모양
  • 분리막과의 화학적 친화성
  • 분자의 이동속도
  • 원유의 점도와 압력
  • 분리막 내부 기공 구조

이러한 원리를 분자체 효과라고 합니다.

분자체는 분자를 크기나 구조에 따라 골라내는 물질을 뜻합니다. 작은 분자는 통과시키고 큰 분자는 막거나, 특정 화학적 성질을 가진 분자를 우선 통과시키는 방식입니다.

증류와 분리막의 차이

구분 기존 증류 분자 분리막
분리 기준 끓는점 차이 분자 크기·구조·친화성
주요 에너지 열에너지 압력·펌프 동력
공정 온도 고온 상온 또는 저온 가능
설비 규모 대형 증류탑과 가열로 모듈형 분리막 설비 가능
주요 비용 연료·스팀·냉각수 막 교체·펌프·전처리
기술 성숙도 매우 높음 연구·실증 단계
장점 대량처리·안정성 에너지와 탄소 절감
약점 높은 에너지 소비 막 오염·내구성·처리량

분리막은 원유 전체를 증발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액체 상태를 유지한 채 분자를 나누기 때문에 상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상변화는 액체가 기체로 변하거나 기체가 액체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물을 끓일 때 많은 열이 필요한 것처럼, 원유를 증발시키는 데도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KAIST 연구진은 어떤 기술적 한계를 해결했나

원유 분리막 연구는 과거에도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원유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리막의 선택성과 투과성,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선택성

원하는 분자는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차단하는 능력입니다.

선택성이 높아야 정제된 성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투과성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물질이 분리막을 통과하는지를 나타냅니다.

투과성이 낮으면 거대한 막 면적이 필요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안정성

원유와 장시간 접촉해도 분리막의 구조와 성능이 유지되는지를 의미합니다.

원유에는 다양한 탄화수소와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 분리막이 부풀거나 막힐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택성을 높이기 위해 분리층을 치밀하게 만들면 물질의 이동속도가 느려집니다. 반대로 투과성을 높이기 위해 구멍을 크게 만들면 분리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이를 선택성-투과성 상충관계라고 합니다.

KAIST 연구팀의 핵심 성과는 값비싼 복잡한 소재 대신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폴리아크릴로니트릴, 즉 PAN 기반 다공성 막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PAN은 탄소섬유와 여과막 등에 활용되는 고분자 소재입니다. 기계적 강도와 화학적 안정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대량생산 경험도 축적돼 있습니다.

연구진은 원유 속의 직선형 탄화수소인 노말 알케인이 막 표면과 내부에 안정적으로 쌓이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층이 일종의 선택층으로 작용하면서 원유의 가벼운 성분과 무거운 성분을 구분했습니다.

기존에는 막 위에 별도의 초박막 선택층을 균일하게 코팅하는 과정이 난제였지만, 원유 성분 자체를 이용해 선택적 분리 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원유 성분이 분리막을 스스로 완성한다는 의미

이번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말 알케인을 알아야 합니다.

알케인은 탄소와 수소만으로 구성되고 탄소 사이가 단일결합으로 연결된 탄화수소입니다. 그중 노말 알케인은 탄소 사슬이 가지 없이 직선 형태로 이어진 물질입니다.

원유에는 다양한 길이의 노말 알케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직선형 분자들이 PAN 막의 기공에 선택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 정교한 분리 통로를 만드는 현상을 활용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처음에는 구멍이 큰 그물망이지만, 원유가 통과하면서 특정 분자들이 그물 안에 규칙적으로 쌓여 구멍의 크기와 성질을 조절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이 안정화되면 가벼운 탄화수소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통과하고 무거운 성분은 더 많이 남게 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복잡한 나노코팅 공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초박막 코팅의 문제

  • 넓은 면적에 균일한 두께를 만들기 어려움
  • 미세한 결함만 있어도 분리 성능 저하
  • 유기용매에서 막이 부풀 수 있음
  • 대량생산 시 품질 편차 발생
  • 원유 속 불순물로 막이 쉽게 오염될 수 있음

PAN 지지체와 원유 성분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제조공정을 단순화하고 소재비를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원유의 산지와 조성에 따라 노말 알케인 함량과 불순물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원유에서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31.6% 절감은 어떤 방식으로 계산됐나

연구진이 제시한 에너지 31.6% 절감은 기존 증류공정을 완전히 없앴을 때의 수치가 아닙니다.

분리막을 이용해 원유를 먼저 가벼운 성분과 무거운 성분으로 나눈 뒤, 각각을 증류공정에 투입하는 분리막 기반 전처리 공정을 가정한 결과입니다.

즉, 분리막이 기존 정유공장을 즉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류탑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공정

원유 전체
→ 고온 가열
→ 대형 상압증류탑
→ 경질유·중질유 분리

분리막 결합 공정

원유
→ 상온 분리막 전처리
→ 경질 성분과 중질 성분 1차 분리
→ 각각 필요한 조건으로 증류
→ 최종 제품 생산

원유가 분리막에서 미리 나뉘면 증류탑에서 처리해야 할 혼합물의 범위가 좁아집니다.

가벼운 성분과 무거운 성분을 한꺼번에 가열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열로의 연료 소비가 감소합니다. 증발시키는 물질의 양이 줄어들면 응축에 필요한 냉각수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예상 개선 효과 시뮬레이션 결과
에너지 소비 31.6% 감소
냉각수 사용량 20.7%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 37.6% 감소
운영비 약 36% 감소 가능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수치가 실제 정유공장에서 장기간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절감 효과는 원유 종류, 공장 규모, 기존 설비 효율, 막 교체주기, 압력조건, 전력가격, 연료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31.6%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증류공정의 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에너지 절감보다 큰 이유

에너지 소비는 31.6%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수치가 동일하지 않은 이유는 공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과 배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유공장의 가열로는 주로 정유공정에서 나오는 가스나 연료를 태워 열을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분리막 공정은 주로 펌프로 압력을 가하는 데 전력을 사용합니다. 전력의 탄소배출량은 국가의 발전원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이 높은 전력을 사용하면 분리막 공정의 탄소배출량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유공장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

  • 원유 가열용 연료 연소
  • 수소 생산
  • 증기와 전력 사용
  • 촉매 재생
  • 공정가스 연소
  • 냉각과 압축
  • 제품 운송

분리막이 상압증류 가열로의 연료 사용을 줄이면 정유공장의 직접배출인 스코프 1 배출이 감소합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직접 연료를 태우거나 공정을 운영하면서 발생시키는 탄소배출입니다. 스코프 2는 외부에서 구매한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배출입니다.

탄소가격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에너지 절감 외에도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유산업은 왜 에너지 절감 기술에 민감한가

정유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자 에너지 다소비 산업입니다.

장치산업은 대규모 설비를 먼저 건설한 뒤 장기간 가동해 수익을 내는 산업입니다. 공장 건설비가 매우 크고, 가동률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정유사의 이익은 일반적으로 다음 구조로 결정됩니다.

원유 구매비용

  • 운송비
  • 에너지비용
  • 인건비·정비비
  • 탄소비용
    < 석유제품 판매가격

정유사가 원유를 사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으로 판매하면서 얻는 차이를 정제마진이라고 합니다.

정제마진에 영향을 주는 요소

  • 국제유가
  • 휘발유·경유·항공유 가격
  • 공장 가동률
  • 원유 종류
  • 에너지 비용
  • 환율
  • 해상운임
  • 설비 정비비
  • 환경규제 비용

정유사는 제품가격을 자유롭게 정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에너지와 탄소비용을 줄이는 기술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유공정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면 유가가 낮거나 정제마진이 악화되는 시기에도 손익분기점을 낮출 수 있습니다.


분자 정유가 정유공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 단계에서 분리막이 증류탑 전체를 단기간에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원유는 수천 가지 이상의 성분이 섞인 매우 복잡한 물질입니다. 분리막 한 단계만으로 휘발유, 항공유, 경유, 윤활유 원료를 모두 제품 규격에 맞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분리막은 먼저 넓은 범위의 성분을 나누는 전처리 역할에 적합합니다.

이후에는 기존 증류, 촉매분해, 수소처리, 탈황 같은 공정이 계속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도입 시나리오

단계 예상 적용 방식
1단계 연구실 규모에서 다양한 원유 검증
2단계 소규모 연속운전 장치 실증
3단계 정유공장 일부 공정의 보조설비 적용
4단계 분리막과 증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정
5단계 신규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기본 공정으로 확대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증류 대체가 아니라 증류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공정입니다.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분리막으로 1차 분리를 하고 증류탑에서 정밀하게 분리하면 각 기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의 가장 큰 장벽은 막 오염이다

분리막 기술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막 오염입니다.

막 오염은 원유 속의 무거운 탄화수소, 금속, 아스팔텐, 수지 성분 등이 막 표면과 기공에 달라붙어 물질의 흐름을 방해하는 현상입니다.

아스팔텐은 원유에 포함된 무겁고 복잡한 분자 집단입니다. 점도가 높고 쉽게 침전될 수 있어 배관과 촉매, 분리막을 막는 원인이 됩니다.

막이 오염되면 투과량이 감소하고 압력이 높아집니다.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며 결국 막을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합니다.

상용화 전 확인해야 할 조건

  1.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성능이 유지되는가
  2. 중질유와 불순물이 많은 원유에도 적용되는가
  3. 막을 세척한 뒤 성능이 회복되는가
  4. 막 교체비가 에너지 절감액보다 낮은가
  5. 대면적 막을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가
  6. 하루 수십만 배럴 처리량을 감당할 수 있는가
  7. 고압 운전에서 안전성이 확보되는가
  8. 기존 정유설비와 쉽게 연결할 수 있는가

연구에서는 4주 이상 안정적인 분리 성능이 관찰됐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훨씬 긴 운전기간이 요구됩니다.

정유공장은 정기보수 기간을 제외하면 장기간 연속으로 가동됩니다. 분리막이 자주 막히거나 교체가 필요하면 절감한 에너지비용보다 유지비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대량처리 능력이 경제성을 결정한다

정유공장은 매우 많은 양의 원유를 처리합니다.

하루 10만 배럴을 처리하는 공장이라면 약 1,590만 리터의 원유가 매일 이동합니다. 대형 정유공장은 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처리합니다.

분리막이 산업적으로 사용되려면 단위 면적당 처리량이 충분히 높아야 합니다.

이를 플럭스라고 합니다.

플럭스는 일정 시간 동안 분리막 면적을 통과하는 물질의 양입니다. 플럭스가 높을수록 작은 설비로 많은 원유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분리막 경제성을 결정하는 변수

분리막 가격
× 필요한 막 면적

  • 모듈 제작비
  • 펌프 전력비
  • 세척비
  • 교체비
  • 전처리 비용
    < 절감되는 연료비·냉각비·탄소비용

선택성이 뛰어나더라도 플럭스가 낮으면 수십만 제곱미터의 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리량이 높더라도 제품 분리 정확도가 낮으면 후속 증류공정의 부담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습니다.

상용화 과정에서는 최고의 분리 성능보다 성능과 비용, 수명, 생산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기존 정유설비에 어떻게 설치할지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경제성이 있어도 기존 정유공장에 쉽게 연결되지 않으면 도입 속도가 느려집니다.

정유공장은 공정 간 물질과 열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한 설비를 변경하면 가열로, 증류탑, 열교환기, 펌프, 배관과 제어시스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분리막 설비를 설치하려면 다음 투자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원유 전처리 장치
  • 고압 펌프
  • 분리막 모듈
  • 세척 시스템
  • 자동제어 설비
  • 추가 배관
  • 누출 감지와 방폭설비
  • 분리된 원유의 저장·이송설비

기존 설비를 개조하는 투자를 레트로핏이라고 합니다.

레트로핏은 완전히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지만,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고 기존 공정과의 호환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정유사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기간을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분리막 설비 투자비가 1,000억 원이고 연간 에너지와 탄소비용을 200억 원 줄인다면 단순 회수기간은 5년입니다. 그러나 막 교체와 유지보수 비용이 연간 50억 원이라면 회수기간은 더 길어집니다.


국내 정유사에 어떤 기회가 생길까

한국은 대규모 수출형 정유설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입니다.

주요 국내 정유사의 생산거점과 사업구조

기업 주요 생산거점 주요 사업
SK에너지 울산광역시 정유·연료유·아스팔트
GS칼텍스 전남 여수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에쓰오일 울산광역시 정유·윤활기유·석유화학
HD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정유·석유화학·윤활유 원료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대규모 설비에서 정제한 뒤 내수와 해외시장에 판매합니다.

정유제품 가격은 국제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과 공정 운영 능력이 수익성을 좌우합니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

  • 가열로 연료 사용 감소
  • 정유공장 탄소배출 절감
  • 냉각수 사용량 감소
  • 정제마진 방어
  • 탄소배출권 비용 절감
  • 기존 증류탑 처리능력 확대
  • 친환경 정유제품 인증 경쟁력 강화

분리막 전처리를 통해 증류탑의 부담이 줄어들면 기존 공장의 처리량을 늘리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디보틀네킹이라고 합니다.

디보틀네킹은 생산공정에서 가장 느리거나 용량이 부족한 구간을 개선해 전체 생산량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증류탑이 공장의 병목이라면 분리막을 통해 들어오는 원료의 양이나 복잡성을 줄여 추가 증설 없이 처리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의 기회와 리스크

SK에너지는 울산에 대규모 정유설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정유뿐 아니라 배터리, 윤활유, 석유개발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보유합니다.

분자 정유 기술이 상용화되면 SK에너지는 기존 증류공정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실증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기대 요인

  • 울산 대규모 정유공장의 에너지 절감
  • 탄소중립 설비투자와 연계
  • 공정 최적화 기술 축적
  • 석유화학 원료 분리 분야 확장
  • 탄소배출권 비용 감소

위험 요인

  • 기존 설비 개조비용
  • 원유 종류별 성능 편차
  • 장기간 연속운전 검증 부족
  • 정유 시황 악화 시 투자 지연
  • 분리막 공급망 의존

정유사는 대형 설비의 안정적인 가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에너지 절감 폭이 크더라도 생산 중단 위험이 높으면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GS칼텍스에 미칠 수 있는 영향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에 정유와 석유화학이 결합된 생산시설을 운영합니다.

정유공정에서 생산된 나프타와 중간제품을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 기술이 정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 분리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대 요인

  •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정 효율 개선
  • 여수산업단지의 에너지 소비 절감
  • 고부가 원료 분리기술 확보
  • 공정 전기화와 결합
  •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위험 요인

  • 공정별 품질 규격 충족 여부
  • 분리막 교체비용
  • 대면적 모듈의 신뢰성
  •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투자 축소

정유·석유화학 통합단지는 공정 간 에너지를 재활용합니다. 기존 열통합이 잘 구축된 공장은 단순 시뮬레이션보다 실제 에너지 절감률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 공장의 현재 효율을 기준으로 개별 경제성을 계산해야 합니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의 가능성

에쓰오일은 울산에서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사업을 운영합니다. 고도화설비 비중이 높고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진행해 온 만큼 원료 분리 효율은 사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됩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운영합니다. 중질유 고도화와 공정 효율 개선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분리막 기술을 활용해 특정 원료를 전처리하거나 증류탑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는 방식의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기업별 수혜를 판단하려면 다음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 실증사업 참여 여부
  • 분리막 적용 대상 공정
  • 예상 투자금액
  • 실제 에너지 절감률
  • 탄소감축 실적 인정 여부
  • 기술사용료와 막 공급계약
  • 상용운전 시작 시점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는 사실만으로 정유사의 단기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증설비와 상업운전 계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분리막과 고분자 소재 기업에는 어떤 기회가 있는가

분리막이 상용화되면 정유사만 수혜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산업 밸류체인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분자 정유 밸류체인

고분자 원료
→ 다공성 지지체 제조
→ 선택층 형성
→ 분리막 모듈 제작
→ 펌프·밸브·배관
→ 공정설계
→ 정유공장 설치
→ 세척·교체·유지보수
→ 폐막 회수와 재활용

PAN 기반 분리막을 대량생산하려면 고순도 고분자 원료와 균일한 다공성 지지체 제조기술이 필요합니다.

분리막은 평평한 시트, 속이 빈 실 형태의 중공사막, 나선형으로 감은 모듈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습니다.

정유공장에서는 넓은 막 면적을 작은 공간에 넣고 고압과 유기용매에 견딜 수 있는 모듈 설계가 중요합니다.

관련 산업군

  • 고분자 소재기업
  • 산업용 필터 제조사
  • 수처리·가스분리막 기업
  • 정유·석유화학 엔지니어링 기업
  • 펌프와 압축기 제조사
  • 내화학성 밸브·배관 기업
  • 공정제어 소프트웨어 기업
  • 촉매·흡착제 기업

다만 기존 수처리막을 원유 분리에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원유는 물보다 점도가 높고 유기용매 성분이 강해 막이 쉽게 변형될 수 있습니다. 고온·고압·인화성 환경에 대한 안전 인증도 필요합니다.


국내 분리막 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은 해수담수화, 수처리, 반도체 공정용 필터, 배터리 분리막 분야에서 제조 역량을 축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원유 분리용 막은 기존 시장과 요구조건이 다릅니다.

기존 분리막과 원유 분리막 비교

구분 수처리막 배터리 분리막 원유 분리막
처리 물질 물·염분 전해액·이온 복잡한 탄화수소
주요 기능 오염물 제거 양극·음극 분리 탄화수소 분별
핵심 성능 염 제거율·수투과도 강도·기공 균일성 선택성·내유기용매성
주요 위험 막 오염 열수축·파손 팽윤·아스팔텐 침적
산업 단계 상용화 대규모 상용화 연구·실증 초기

배터리 분리막과 정유 분리막은 모두 얇은 고분자막이지만 역할과 성능 기준이 다릅니다.

배터리 분리막 기업이 기술적으로 인접해 보일 수 있으나, 원유용 막 시장에 진입하려면 별도의 소재개발과 장기 실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특정 기존 분리막 기업이 자동으로 수혜를 얻는다고 판단하기보다 연구기관과의 공동개발, 특허 확보, 실증 참여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정유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분리막은 단독 장비가 아니라 전체 정유공정에 통합돼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설계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E&A,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 플랜트 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관련 생태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기업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

  • 분리막 전처리 공정 설계
  • 열교환망 재설계
  • 증류탑 운전조건 최적화
  • 펌프와 배관 시스템 구축
  • 방폭·화재 안전설비
  • 공정제어 시스템 통합
  • 실증플랜트 시공
  • 해외 정유공장 기술 수출

분리막의 성능이 뛰어나도 전체 공정설계가 비효율적이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줄어듭니다.

특히 기존 증류공정에서 회수하던 폐열이 분리막 도입 후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분리막 소재만큼 공정 통합기술이 상용화의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원유와 탄화수소를 분리막으로 나누려는 연구는 한국만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고분자막과 나노소재를 이용한 비열분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와 지역의 전략

국가·지역 주요 강점 전략 방향
한국 정유·석유화학 대형 설비와 소재 제조 연구성과의 국내 실증과 수출산업화
미국 대학 연구·스타트업·대형 에너지기업 신소재 개발과 공정 혁신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공급과 대형 정유·화학설비 에너지 효율과 고부가 석유화학 전환
유럽 탄소규제와 공정 효율 기술 탄소배출 감축·전기화
중국 대규모 정유설비와 제조기반 국산 분리막·플랜트 확대
싱가포르 글로벌 정유·화학 허브 고효율 공정 실증과 기술사업화

미국은 대학과 에너지기업, 소재기업 간 협력이 활발합니다. 분리막을 통해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바이오연료, 석유화학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국이지만 장기적으로 석유 한 배럴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얻기 위해 정유·석유화학 통합과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탄소가격과 환경규제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기술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보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논문과 특허를 넘어 국내 대형 정유공장에서의 실증 데이터를 먼저 축적해야 합니다.


탄소국경조정과 분자 정유의 경제적 가치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정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한 탄소량이 비용으로 연결되면 에너지 효율 기술의 경제적 가치도 커집니다.

정유제품은 국가별 환경규제와 연료 품질기준의 영향을 받습니다. 향후에는 제품 자체의 탄소함량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도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분자 정유 기술은 다음 세 가지 경로로 경제적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1. 연료 사용 감소에 따른 직접 비용 절감
  2. 탄소배출권 구매비용 절감
  3. 저탄소 제품의 시장 경쟁력 향상

예를 들어 탄소배출권 가격이 높아질수록 동일한 탄소감축량의 금전적 가치도 커집니다.

다만 실제 탄소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측정·보고·검증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MRV라고 합니다.

MRV는 Measurement, Reporting and Verification의 약자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결과를 보고하며, 외부기관이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공정 시뮬레이션에서 계산된 탄소감축량과 실제 공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감축량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전기화와 재생에너지가 확산돼도 분리막이 필요한 이유

정유산업의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분리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열로를 전기로 바꾸거나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탄소포집설비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정유공장 탄소감축 기술 비교

기술 장점 한계
분리막 에너지 수요 자체 감소 막 수명과 대량처리 검증 필요
전기 가열 재생전력 사용 시 저탄소 대규모 전력망 필요
수소 연료 연소 시 이산화탄소 감소 청정수소 가격이 높음
탄소포집 기존 설비의 배출 저감 높은 설치·운영비
폐열 회수 검증된 효율 개선 추가 절감 여력 제한
공정 최적화 AI 적은 투자로 효율 개선 개선 폭에 한계

이 가운데 분리막의 강점은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의 총량 자체를 줄인다는 점입니다.

전기 가열을 도입하더라도 원유 전체를 증발시키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합니다. 분리막으로 증류 부담을 먼저 줄이면 전기화에 필요한 설비와 전력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리막은 다른 탄소감축 기술과 경쟁하기보다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 기술 가치도 낮아질까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 수요 둔화가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정유공정 혁신에 투자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석유 수요 감소가 모든 석유제품의 수요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휘발유와 경유 수요는 줄어들 수 있지만 항공유, 선박연료, 윤활유, 합성수지, 화학섬유, 의약품 원료 등은 상당 기간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유산업은 연료 중심에서 석유화학 원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를 오일 투 케미컬이라고 합니다.

오일 투 케미컬은 원유에서 휘발유와 경유보다 에틸렌, 프로필렌, 방향족 화합물 같은 석유화학 원료를 더 많이 생산하는 전략입니다.

분리막 기술이 특정 분자군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면 연료 생산뿐 아니라 고부가 화학원료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석유 수요가 둔화되는 시기에는 비용이 높은 정유공장이 먼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기술 사업화에서 특허와 라이선스가 중요한 이유

대학 연구가 산업으로 연결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 정유사에 기술이전
  • 분리막 전문 스타트업 설립
  • 소재기업과 공동개발
  • 플랜트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
  • 정부 실증사업 참여
  • 해외 에너지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원천특허를 보유한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은 분리막 판매뿐 아니라 기술사용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는 특허와 기술을 사용할 권리를 기업에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업모델입니다.

정유 플랜트 기술은 한 번 채택되면 장기간 사용되기 때문에 초기 표준을 선점한 기업이 반복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업화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

  • 원천특허의 범위
  • 해외 특허 등록 여부
  • 막 제조공정의 재현성
  • 기술이전 조건
  • 정유사 실증 데이터
  • 모듈 공급망
  • 교체용 막의 반복 매출
  • 공정설계 라이선스

단순히 소재를 판매하는 사업보다 막 교체, 유지보수, 공정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면 장기적인 반복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분자 정유의 수익모델은 소모품에서 나올 수 있다

산업용 분리막은 한 번 설치하고 끝나는 장비가 아닙니다.

사용 과정에서 오염과 성능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세척과 교체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분리막 기업의 사업모델은 초기 설비 판매와 반복적인 교체 매출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예상 수익구조

수익원 내용
분리막 소재 PAN 지지체와 기능성 소재 판매
모듈 판매 정유공장용 대형 막 모듈
기술 라이선스 특허와 제조기술 사용료
공정설계 분리막·증류 통합설계
교체용 막 수명 종료 후 반복 공급
세척 서비스 막 성능 회복과 유지보수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막 오염과 성능 예측
해외 플랜트 수출 정유공장 패키지 공급

면도기 본체보다 면도날에서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처럼, 분리막 산업에서도 교체용 막이 중요한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막 수명이 너무 짧으면 고객에게 경제성이 없고, 너무 길면 공급기업의 반복 매출이 제한됩니다. 고객의 비용 절감과 공급기업의 수익성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구조가 필요합니다.


실전 산업 분석에서 확인해야 할 지표

분자 정유 관련 기업과 산업을 분석할 때는 연구 발표보다 다음 지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1. 시간당 처리량

분리막 면적당 처리 가능한 원유량이 실제 상업운전에 충분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2. 장기 안정성

4주 단위의 연구 결과가 6개월, 1년 이상의 연속운전에서도 유지되는지 중요합니다.

3. 원유 종류별 성능

중동산 경질유, 중질유, 초중질유 등 다양한 원유에서 성능을 비교해야 합니다.

4. 분리막 교체주기

교체주기가 짧으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유지비에 상쇄될 수 있습니다.

5. 분리막 제조원가

소재가 저렴해도 정밀가공과 모듈 제작비가 높으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6. 실제 에너지 절감률

시뮬레이션이 아닌 정유공장 실증설비에서 측정한 수치를 봐야 합니다.

7. 실증 참여 정유사

대형 정유사가 실증에 참여하는지는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8. 특허와 기술이전

연구팀의 핵심특허가 어떤 기업에 이전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9. 투자금 회수기간

정유사가 설비를 설치한 뒤 에너지 절감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가 중요합니다.

10. 탄소감축 인증

실제 탄소배출권이나 저탄소 인증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피해야 할 단순한 해석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등장하면 관련 소재나 정유기업이 즉시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성과와 기업 실적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연구 성과 발표
→ 특허 확보
→ 기술이전
→ 소규모 장치 제작
→ 파일럿 실증
→ 정유공장 장기운전
→ 경제성 검토
→ 상업설비 투자
→ 반복 매출 발생

이 과정은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중간에 기술적·경제적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해석은 주의해야 합니다.

  • PAN을 생산한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수혜기업이라고 판단
  • 기존 분리막 기업을 모두 관련 기업으로 분류
  • 에너지 31.6% 절감을 기업 이익 31.6% 증가로 해석
  • 정유공장을 곧바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
  • 논문 게재를 상업계약과 동일하게 평가
  • 탄소감축 효과를 즉시 현금수익으로 계산

기술의 잠재력과 기업의 실제 사업 연결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분자 정유가 성공하면 산업 구조는 어떻게 달라질까

분자 정유 기술이 상용화되면 정유산업의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째, 대형 증류탑 중심의 규모 경쟁에서 분리막 소재와 공정기술 경쟁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정유공장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이 줄어들면서 저탄소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셋째, 정유사와 소재기업, 대학, 엔지니어링 기업의 협력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넷째, 대규모 중앙집중형 정유공장뿐 아니라 특정 원료를 처리하는 중소형 모듈식 설비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원유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바이오오일, 폐윤활유 정제에도 분리막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확장 가능한 응용 분야

  •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정제
  • 지속가능항공유 원료 분리
  • 바이오연료 정제
  • 윤활유 재생
  • 석유화학 용매 회수
  • 방향족 화합물 분리
  • 천연가스 액체 분리
  • 정밀화학 제품 정제

특히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불순물과 다양한 탄화수소가 섞여 있어 추가 정제가 필요합니다. 분리막이 전처리 효율을 높인다면 순환경제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세계적인 학술 성과가 국내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려면 실증과 제조 기반이 필요합니다.

첫째, 대형 정유사와의 조기 실증

연구실 규모를 넘어 실제 원유와 연속운전 조건에서 성능을 검증해야 합니다.

둘째, 분리막 대량생산 기술

실험실에서 만든 작은 막을 수천·수만 제곱미터 규모로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모듈과 공정설계 국산화

막 소재뿐 아니라 모듈, 펌프, 제어시스템, 세척기술까지 확보해야 부가가치를 국내에 남길 수 있습니다.

넷째, 장기 실증 금융지원

정유 플랜트 실증에는 큰 비용이 들고 실패 위험도 높습니다. 정부 연구개발 지원과 정책금융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해외 특허와 표준 선점

정유산업은 글로벌 산업이기 때문에 미국, 중동,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의 특허 확보가 중요합니다.

여섯째, 전문 인력 양성

고분자화학, 분리공정, 정유공학, 기계설계, 공정제어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 주도권은 가장 먼저 논문을 발표한 국가보다 가장 먼저 장기 실증과 표준화를 완료한 국가가 확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 3~5년의 핵심 관찰 포인트

분자 정유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다음 순서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

  • 특허 등록과 기술이전
  • 파일럿 설비 제작
  • 국내 정유사 실증 참여
  • 다양한 원유 샘플 테스트
  • 막 세척과 재사용 기술 개발

중기

  • 하루 수십~수백 배럴 규모 실증
  • 6개월 이상 연속운전
  • 막 제조원가 공개
  • 실제 에너지·탄소 절감량 측정
  • 엔지니어링 기업과 공정 패키지 개발

장기

  • 대형 정유공장의 상업설비 적용
  • 해외 정유사 라이선스 수출
  • 폐플라스틱·바이오오일 분야 확장
  • 분리막 교체와 유지보수 시장 형성
  • 글로벌 분리공정 표준화

상용화 시점을 지나치게 빠르게 예상하기보다 각 단계의 검증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 정리와 향후 전망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분자 정유 기술은 원유를 끓는점이 아니라 분자의 크기와 성질에 따라 나누는 새로운 접근법입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정유공정은 원유를 고온에서 증발시키는 분별증류에 의존합니다.
  • 분자 정유는 액체 상태의 원유를 분리막에 통과시켜 성분을 나눕니다.
  • PAN 기반 다공성 막과 원유 속 노말 알케인의 상호작용을 활용해 선택층 형성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 공정 시뮬레이션에서는 에너지 31.6%, 냉각수 20.7%, 이산화탄소 37.6% 절감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 운영비도 약 36% 낮출 가능성이 분석됐습니다.
  • 현실적인 적용 방식은 증류공정의 완전 대체보다 분리막과 증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정입니다.
  • 국내 정유사에는 에너지비와 탄소비용을 낮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고분자 소재, 산업용 필터, 플랜트 엔지니어링, 펌프·밸브, 공정제어 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막 오염, 수명, 대량처리, 원유별 성능 차이, 기존 설비 통합비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기업의 실제 수혜는 기술이전과 실증 참여, 상업계약이 확인된 이후 판단해야 합니다.

분자 정유의 가장 큰 의미는 원유를 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같은 양의 원유를 훨씬 적은 에너지로 처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전기차가 확산되고 석유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항공유와 석유화학 원료의 수요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이 많은 정유공장은 경쟁력을 잃고, 효율이 높은 설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Nature 게재 자체가 아니라 실제 정유공장에서 몇 달 이상 연속운전에 성공하는지, 막 교체비용을 포함해도 경제성이 있는지, 국내 기업이 소재와 모듈·공정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는지입니다.

분자 정유는 100년 된 증류탑을 당장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증류탑에 의존하던 정유산업의 비용구조를 단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여러분은 분자 정유가 기존 증류공정의 보조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장기적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의 핵심 설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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